
세레나의 입에서 한 줌의 피가 쏟아져 나왔다.
은빛 탄환이 심장을 관통하며 남긴 독기는 이미 그녀의 온몸의 혈관을 타고 푸른빛으로 타들어가고 있었다. 뱀파이어에게 심장의 은빛 상처는 영원한 소멸을 의미했다.
"세레나……! 세레나, 눈 떠봐!"
윤의 절규가 무너진 석탑 안을 메아리쳤다.
분노에 눈이 먼 윤은 바닥에 떨어진 사냥꾼의 은검을 집어 들고 카엘을 향해 달려들었다. 미처 방어하지 못한 카엘의 목에 칼날이 깊숙이 박혔다. 사냥꾼의 수장이 쓰러지자, 공포에 질린 나머지 병사들은 도망치듯 성을 빠져나갔다.
그러나 피비린내 나는 승리는 아무것도 되돌리지 못했다.
고성 안에는 차갑게 식어가는 두 사람만이 남겨져 있었다.
동쪽 하늘 끝에서 희뿌연 여명이 번져오고 있었다.
새벽이었다. 햇빛이 비쳐드는 순간, 은의 독기로 상처 입은 세레나의 몸은 그대로 불타 재가 될 터였다.
윤은 떨리는 팔로 세레나를 업어 올렸다.
"가자, 세레나. 우리가 약속했던 그 언덕으로."
비틀거리며 숲길을 걸어 올랐다. 피를 너무 많이 흘려 시야가 흐려졌지만 윤은 멈추지 않았다. 마침내 두 사람이 다다른 곳은 숲의 가장 높은 절벽, 밤이면 달이 가장 크고 밝게 내려앉던 그 언덕이었다.
서쪽 하늘에는 아직 차가운 만월이 창백하게 걸려 있었고, 동쪽 지평선 너머에서는 붉고 찬란한 태양이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바위에 기대어 앉은 세레나가 가느다란 숨을 몰아쉬며 윤의 얼굴을 매만졌다.
그녀의 손가락 끝이 이미 하얀 재로 바스러져 바람에 날리고 있었다.
"윤…… 도망쳐……. 햇빛이 닿으면……."
"도망치지 않아."
윤이 그녀의 손을 꼭 쥐며 미소 지었다. 그의 눈가에 맺힌 눈물이 아침 햇살을 받아 영롱하게 반짝였다.
"네가 없는 세상에서 혼자 붓을 쥐고 살아가느니, 너와 함께 부서지는 쪽을 택하겠어."
윤은 품 안에서 세레나가 늘 지니고 다니던 은빛 단검을 꺼내 들었다.
세레나의 붉은 눈이 크게 흔들렸다.
"안 돼…… 제발……!"
"두려워하지 마, 내 사랑."
윤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단검을 자신의 심장에 꽂아 넣었다.
"큭……!"
붉은 피가 뿜어져 나와 세레나의 가슴을 적셨다. 두 사람의 상처가 맞닿으며, 인간의 뜨거운 피와 흡혈귀의 차가운 피가 하나로 섞여 흘렀다. 윤은 남은 힘을 다해 세레나를 품에 꼭 껴안았다.
마침내, 지평선을 뚫고 눈부신 아침 햇살이 두 사람을 덮쳤다.
타오르는 고통 대신, 그들이 느낀 것은 생애 가장 따스하고 안락한 온기였다.
세레나의 은발과 육신이 찬란한 금빛 먼지로 부서져 내렸고, 윤의 마지막 숨결 또한 그녀의 먼지와 뒤섞여 새벽바람을 타고 공중으로 흩날렸다.
서쪽 하늘로 저물어가는 창백한 달과, 동쪽에서 떠오르는 태양 사이에서.
두 연인의 영혼은 재가 되어 허공을 맴돌며 영원한 자유 속으로 사라졌다.
바람결을 타고 그들의 마지막 속삭임이 숲속에 메아리쳤다.
'새벽이 와도, 저 달이 영원히 우리를 따라올 거야.'
― 《달이 나를 따라와》 전 5화 완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