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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화. 은빛 숲의 조우 (The Encounter in the Silver Forest)

조회수 22 · 글자수 969자 · 발행 2026.10.09 03:21
제1화 은빛 숲의 조우
▲ 제1화 명장면: 은빛 달빛 아래, 피로 물든 자작나무 숲의 조우

안개는 늘 피보다 차가웠다.

자작나무 숲 사이로 부서져 내리는 은빛 달빛 아래, 세레나는 앙상한 나뭇가지 끝에 가만히 발을 얹고 서 있었다. 수백 년 동안 그녀에게 밤이란 오직 한 가지 의미밖에 없었다. 타는 듯한 식도의 갈증을 채우고, 인간들이 잠든 틈을 타 메마른 생명을 연명하는 시간.

스산한 바람결을 타고 짙은 쇠 냄새가 실려 왔다.
선혈이었다. 아주 신선하고, 아직 온기를 품고 있어 살결을 간질이는 인간의 붉은 피.

"크르르르……."

숲의 밑바닥에서 굶주린 들개 무리가 무언가를 에워싸고 으르렁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세레나는 소리 없이 허공을 미끄러지듯 낙하했다. 그녀의 칠흑 같은 망토가 밤바람을 가르고, 은빛 머리칼이 달빛을 받아 파리하게 빛났다.

바닥에 쓰러져 있는 것은 청년이었다. 찢겨진 옷자락 사이로 들개들의 이빨에 뜯긴 깊은 상처가 드러나 있었고, 흩어진 화구함과 젖은 종이들이 핏물에 젖어 뒹굴고 있었다.

"물러서라, 천한 것들."

세레나가 붉은 눈동자를 번뜩이며 낮게 읊조리자, 들개들은 꼬리를 말고 비명을 지르며 어둠 속으로 도망쳤다.

정적이 내려앉은 숲. 세레나는 천천히 무릎을 꿇고 청년의 맥박을 짚었다. 희미했다. 차가운 손끝에 닿는 피부는 불덩이처럼 뜨거웠다. 그 체온이 너무나 낯설어 세레나는 저도 모르게 손을 움츠렸다. 수백 년 동안 단 한 번도 느껴본 적 없는, 살아 숨 쉬는 생명체의 순수한 열기였다.

그녀의 송곳니가 잇몸을 뚫고 솟아올랐다. 목젖이 타들어 가는 갈증이 온몸을 지배했다. 이대로 목덜미를 물어뜯어 남은 숨을 마셔버리면 그뿐이었다.

그때, 피투성이가 된 청년이 희미하게 눈꺼풀을 들어 올렸다.
초점이 흐린 눈동자 속에 세레나의 붉은 눈과 새하얀 은발이 맺혔다. 두려움에 질려 비명을 지를 줄 알았던 인간의 입술에서 흘러나온 것은 전혀 예상치 못한 말이었다.

"……달빛이, 내려앉은 줄 알았습니다."

청년의 입가에 힘없는 미소가 번졌다. 차가운 피 웅덩이 속에서도, 그의 시선은 세레나를 괴물이 아닌 화폭에 담고 싶은 아름다운 존재로 바라보고 있었다.

"죽기 전에…… 이런 그림을 보게 되다니……."

말을 끝맺지 못하고 청년의 고개가 옆으로 꺾였다.
세레나는 멍하니 굳어버렸다. 멈춰 있던 그녀의 심장 부근이 찌르는 듯 아려왔다. 죽어가는 순간에도 자신을 두려워하지 않고 올려다보던 그 눈빛.

달이 그녀의 머리 위에서 서늘하게 비추고 있었다. 세레나는 송곳니를 거두고 청년을 안아 올렸다. 밤의 주인이 처음으로 먹이가 아닌 생명을 품에 안고 어둠 속으로 질주하기 시작했다.

작가의 말
《달이 나를 따라와》 첫 회를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영원한 밤을 살아가는 흡혈귀 세레나와 죽음의 문턱에서 그녀를 만난 화가 윤의 운명적인 서사가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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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목차

1화. 제1화. 은빛 숲의 조우 (The Encounter in the Silver Forest) 무료 2화. 제2화. 그림자와 온기 (Shadow and Warmth) 무료 3화. 제3화. 핏빛 갈증과 붉은 맹세 (Thirst and the Scarlet Oath) 무료 4화. 제4화. 은빛 탄환의 추적자들 (The Silver Inquisitors) 무료 5화. 제5화. 달이 지는 새벽, 영원한 안식 (Dawn Where the Moon Falls) 무료